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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솔가지

꼬박 이십년이 되는 순간!!!

by 푸른솔가지 2006. 3. 23.

무지하게 오랜 세월이었다.

요즈음 한직장에 이십년 근속한다는게 쉽지 않은 법인데 무신 복이 많은지 능력 없는 나에게 아직도 꾸준히 열어주는게 신통하다.


어려운 살림에 큰넘하나 공부 시켜 출세하도록 엄청 신경을 썼던 선친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대학을 중퇴하고 절 공부하다 그것도 아니된다하여 강제징집. 그리고 제대, 재수를 거쳐 야간대학을 다니며 말단 공무원으로 취직하게 된지 자그만치 이십년이다.


그동안 부친은 믿었던 아들의 대학 중도탈락의 여파로 결혼후 우리 장남 5살때 돌아가시고 지금은 모친과 함께 아무일 없이 평안히 잘 살고 있어 선친한테 무척이나 부끄럽기도하고 죄송스러울 따름이다.


알고보면 공무원도 선친의 강권에 이끌려 합격취소를 다시 합격으로 돌려 나자신을 이끌었다.

그땐 군제대후 서울에 대한 꿈을 버리지 못한 나의 처신을 그대로 두고보지 못한 선친의 압력이었고 난 엄청난 고뇌끝에 포기 할 수 밖에 없었던 시절.


참 어렵고 힘든 시절이었다.

옆에서 아무말없이 묵묵히 지켜 보시던 모친이었고 동생들이었다.

가진게 없는 게 죄였다.


지금은 후회도 미련도 없다. 선친에 대한 원망도 회한도 없다. 결국 우리 남매들은 잘 자랐다.


작년까지 6년여동안의 공무원노조 간부로서 또한번의 힘든 세월이 있었지만 나자신을 한번 더 돌아본 계기가 되었다. 노조 활동이란게 그렇지만 이반도에서 공무원이 무신 “노조” 라는 비난과 화살을 받았지만 이나라는 공무원이 정신차려야하고 제대로 되어야만 국가와 국민이 잘 살것이라는 희망과 기대로 버텨낸 세월!

가끔 자신의 무능력에 대한 실망도 있었지만 아직도 진행형이다.


이십년동안의 하위직 공무원 생활!


노조간부로서의 6년여를 제외한 15년여의 부끄럽고 참담한 우리 하위직 공무원들의 처신과 자세들이 부정부패의 온상이며 권력의 하수인으로 밖에 존재할 수 밖에 없었던 세월을 과연 다른 사람들은 이해 할 수 있을 것인가.


뜻뜻하게 말 할 수 없고 자긍심 마저 없는 불쌍하다시피한 하위직 공무원들의 시대에 덜떨어진 행동양식에 엄청 부끄러움을 지니고 산 세월!


수많은 간부동지들이 파면과 해임. 징계를 당하였지만 오늘 이순간에도 정신차리지 못하는 수많은 공무원들이 있는 동안은 그누구도 존경과 칭송을 받을 공무원은 없다.


언제쯤 부정부패의 대명사 공무원의 부끄러운 탈을 벗어나게 될지..


이십여년의 공직생활동안 아내를 만나 같은 직장에서 근무하고 남매를 키우며 탈 없이 살아왔다. 물론 앞으로 많은 파고가 있겠지만 난 이대로의 나자신에 자긍심을 가지고 살고 싶다.


못나고 불쌍한 소수의 공무원들의 지각과 처신이 달라지는 그날이 바로 진정 국민과 국가를 위한 자리매김의 튼튼한 동량이 될 것이다.


돌아가신 선친과 아무말없이 곁에서 지켜주시는 모친에게 이십년 세월의 은공에 감사를 드린다. 고맙습니다....( 3월15일이 이십년이다)